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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교육] 가지 않은 길

기사승인 2017.11.14  15: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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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단풍이 노랗게 물든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
두 길을 다 가 볼 수 없음이 안타까웠다.
나그네 몸은 하나, 그래서 오래 서 있기만 하였다.
볼 수 있는 곳까지 그저 멀리 바라볼 뿐이었다.
덤불 속으로 굽이쳐 들어간 그 먼 곳까지······.

그리고는 한쪽 길을 택하였다.
어쩌면 그 길이 좀 나은 듯해 보였다.
풀이 무성하고 덜 밟힌 흔적 때문이기도 했다.
내가 그 길을 지나감으로 비로소 밟히게 되고
또 그 길이 헤어져 다른 길과 같아지겠지만······.

다음 날 아침 내 앞에 두 길이 똑같이 있었다.
모두 밟히지 않는 채 낙엽들로 덮여 있었다.
아, 나는 다른 날을 위해 한 길을 남겼다.
모든 길은 다른 길로 이어짐을 잘 알고 있었고,
내 다시 여기로 되돌아올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나 언젠가 먼 훗날 나이 들어 한숨 쉬며 말하리라

그 어딘가의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는데
나는 결국 사람이 적게 다닌 그 길을 택하였고
그래서 난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시(詩)의 위력(威力)

‘최근 G2로 불리는 경제대국 미국과 중국이 자국의 이해관계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반세기 전 이데올로기 냉전시대에서는 군사대국인 미국과 소련이 그러했다. 당시 미·소 양국 간의 대결장인 쿠바사태 때 전쟁 일보직전에서 위기를 넘긴 비사(秘史)가 있다.

우리들에게 ‘가지 않은 길’로 잘 알려진 시인 프로스트(Robert Frost)는 1962년 9월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특사로 소련 땅을 밟았다. 88세의 고령인 프로스트는 소련에 도착하자마자 과로에 고열까지 겹쳐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이때 흐루쇼프(Nikita Sergeevich Khrushchyov) 소련 공산당서기장은 그의 주치의와 함께 프로스트가 입원해 있는 병상으로 찾아가 한 시간 반 동안 격의 없이 감동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식사도 못해서 창백한 모습으로 소련 국가원수를 맞은 프로스트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미국과 소련 두 나라가 군비경쟁(軍備競爭)을 지양하고 스포츠와 과학·예술·민주주의에서 고귀한 경쟁을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그러면서 “위대한 나라가 위대한 시인을 만들고, 위대한 시인이 위대한 나라를 만든다”는 자신의 경구를 들려주었다.

이 말을 들은 흐루쇼프는 전쟁이 아닌 ‘평화로운 경제 경쟁’을 하자는 제안에 전격적으로 동의한 뒤 “당신은 위대한 시인의 마음을 가졌다”고 화답했다. 그러자 프로스트는 ‘우정의 라이벌 로버트 프로스트가 흐루쇼프 서기장에게’라고 적은 자신의 시집을 선물했다. 이렇게 냉전시대의 두 지도자는 물러설 수 없는 치킨 게임에서 타협과 평화를 선택했고, 인류는 아마겟돈(전쟁 마당)의 문턱에서 살아돌아왔다.

55년 전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진정시킨 숨은 인물은 백악관 참모나 장관, 국회의원이 아니라 미국사회에서 월트 휘트먼과 함께 가장 미국적인 시인으로 존경을 받아 온 로버트 프로스트였다. 한 편의 시, 한 유명 시인의 파워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도 남는다.

참고로 몇 년 전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애송시를 엮은 책이 나왔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많은 의원이 애송한다는 시가 바로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었다. 그분들이 말하는 가지 않은 길이 오직 국가와 국민만을 위한 정의로운 길일 거라고 믿고 싶다.

 

이 글은 이수환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상임고문이 월간교육 10월호에 기고한 글을 재게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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