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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교육] 아픈 아이 나쁜 아이

기사승인 2017.11.09  08: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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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염은희 부모교육연구소 소장

입장차이

ADHD(주의력 결필 과잉 행동 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인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하는 놀이수업 시간에 보여준 영상의 내용입니다.

(자신의 욕구를 몰라주고, 소리를 지르는 엄마에게 6살 남자아이가 소리칩니다.)

아이) 나도 아기라고요!

엄마) (코웃음을 치며) 네가 아기야? 너는 아기가 아니야~ 너 지금 뭘 착각하고 있는것 같은데, 6살은 아기가 아니야. 어린이야. 어린이~

아이) 맞아요. 아기, 유치원도 다니는데, 그럼 아기인데.

영상을 다 보고 놀이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은 엄마들과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합니다.

선생님) 영상을 보시고 엄마들은 무엇을 느끼셨나요? 우리 친구들은 영상을 보면서 어떤 마음이 들었어요?

엄마들) 우리 집하고 똑같아요. 저 엄마도 진짜 힘들겠구나. 답답하고 화가 나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요.

아이들) 아이가 불쌍해요. 아기라고 소리치는데 아무도 돌봐주지 않아요. 우리 엄마랑 똑같아요.

입장의 차이입니다. 자기 기준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겠지요. 내 몸에 생긴 생채기가 가장 아픈 법이니까요. 우리는 이런 아이들을 흔히 ‘나쁜 아이’라고 부릅니다.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 친구를 괴롭히고 폭력을 행사하는 아이, 예의 없는 아이, 분노 조절을 못하는 아이, 막말하는 아이를 말합니다.

그렇다면 병원에서 환자와 간호사의 대화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통증이 심한 환자)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어요. 나는 환자에요. 나 좀 돌봐달라고요!

간호사) 시끄러워요. 조용히 하세요. 아프니까 병원에 온 거잖아요. 가만히 있지 않으면 이 병원에서 내쫓겠어요.

이 대화에서 우리는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 환자는 과연 나쁜 환자일까요?

다음으로 제 강의를 듣고 상담을 받으러 온 부부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실직한 남편은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게임을 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집안일도 좀 돕고, 아이도 함께 돌보아준다면 얼마든지 더 좋은 날을 기대하며 남편이 다시 직장을 얻을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러나 게임만 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조금씩 솟아 오르는 감정이 급기야 터지고 말았습니다. 게임을 하는 남편의 뒤통수에 대고 차마 해서는 안 될 말을 쏟아낸 거죠. 그리고는 나가버렸습니다.

화가 난 남편은 주먹으로 장식장을 쳤고, 거실은 깨어진 유리조각과 손에서 나오는 피로 엉망이 되었어요. 이를 보고 놀란 아이는 울지도 못하고 멍하니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네요. 이후 아이는 말을 잃어 버렸습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아이가 말을 잃었다고 생각하지 못한 부부는 아이를 야단 치고, 윽박질렀습니다. 그렇게 어쩌지를 못하다가 제 강의를 듣게 되었고, 상담받는 중 아이가 말을 잃어버린 시점이 그때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또 다른 상담 내용을 소개합니다.

17살 똘똘이는 중학교 2학년 때 선생님의 심한 꾸지람을 듣고 학교를 떠났습니다. 어렵게 아들을 설득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습니다.

그러나 새 학교에 간 첫날 교무실에서 40여 분간 이어진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아이는 더 큰 상처를 받았고, 이제 완전히 세상과 단절되어 혼자 살아갑니다. 게임에만 빠져서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아들을 지켜 보는 엄마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만 흐릅니다.

전문직 여성으로 성공한 똘똘이 엄마는 이혼하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며 자신의 성공만큼 아들의 성공도 확신했습니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그렇게 만들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우리네 인생이라는 말처럼 똘똘이 엄마는 뇌출혈로 쓰러져 더는 일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즈음 아들은 보기 좋게 대학 진학에 실패했고, 그때부터 아들과의 전쟁은 시작되었습니다. 밤낮없이 게임에만 몰두하는 아들과 그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대화입니다.


아들) 엄마가 뭘 해줬다고 잔소리야?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산다고.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엄마) 엄마는 몸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너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는데 그게 무슨 버르장머리 없는 소리야? 엄마 혼자서 널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나 해? 내가 뭘 안 해줬니? 말해봐!

아들) 뭘 해줬는데? 아줌마가 밥하고, 과외 선생님이 나 가르치고. 돈 벌어서 돈 대 준거? 누가 그러라고 했어?

이렇게 싸우고, 포기하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새벽, 아들의 방에서 통화 소리가 들리더랍니다. 조용히 귀를 대고 들어보니 아들은 “엄마가 시도 때도 없이 감시해서 미칠 것 같아. 감옥이 따로 없어. 내일은 엄마 밥에 수면제라도 탈까 봐”라는 말을 하고 있더랍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되자 아들은 난생처음 자신이 요리하겠다며 김치볶음 밥을 만들어 엄마 앞에 내밀었습니다. 엄마는 이 밥을 먹어야 하나요? 아니면 먹지 말아야 하나요?

감정의 찌꺼기를 비우자

우리 마음엔 모두 아픈 아이가 웅크리고 있습니다. 부모와 나, 나와 자녀를 분리해야 해요. 어디서 연결고리를 끊고, 누구와 다시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알아야합니다. 감정의 하수구가 아래로, 아래로 쉬지 않고 흘러가니까요. 과거는 우리의 영역이 아니에요. 기억이라는 게 지운다고 지워지지도 않아요.

나를 힘들고 아프게 했던 사람들을 만나야 합니다. 화를 쏟아내는 건 당장은 시원한 느낌이 들지만, 쏟아낸 화로 인해 오히려 마음은 더 무거워집니다. 그러니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에요.

정말 이 사람에게만큼은 꼭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사람이 있으시죠? 오히려 마음을 알아주고 다독여주는 게 더 좋은 방법이에요. 직접 그 마음을 들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네요.

내가 그 사람이 되어서 나에게 편지를 써 보세요. 진심 가득한 용서의 편지를요. 아픈 부모가 아픈 아이를 만듭니다. 그리고 말하세요.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들에게 건네는 말들을 이젠 부모님 자신에게 먼저 건네 보세요.

아침에 일어나 거울 앞에서 “잘 잤니? 좋은 아침이야”, 속상 하고 힘든 일이 있었다면 “괜찮아? 힘들지? 속상하지? 많이 아프겠다”, 어떤 일을 잘 해냈을 때는 “잘했어! 역시! 훌륭한데! 멋져!” 등과 같은 말을 자신에게 하는 거죠.

마음의 안녕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고 흘러가게 하는 것입니다. 매일 10분씩이라도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감정의 찌꺼기들이 비워지면 아이들을 수용하는 공간도 더 넓어질 거예요. 아픈 아이도, 나쁜 아이도 모두 부모 말에 달려 있습니다.

아픈 아이들과 아픈 부모들에게 필요한 건 차가운 훈육이 아니라 따뜻한 위로와 돌봄이라는 걸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지금 나에게 먼저 물어보세요.

“너는 지금 안녕하니?”

 

이 글은 염은희 부모교육연구소 소장이 월간교육 10월호에 기고한 글을 재게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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