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학교(학교장 오석규)는 1946년 서울 경희궁 터에 서울공립중학교(6년제)로 개교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6·25 전쟁과 산업화 시대, 군부 독재 시대, 정보·국제화 시대 등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 성장해 온 서울고는 2015년과 2016년 교육과정혁신형(과학중점) 창의경영학교 교육부장관 표창, 2016년 국제교류 우수학교 교육감 표창, 2017년 교육과정 우수학교 교육부장관 표창 등을 받았으며, 2017학년도에는 서울대 수시 합격자를 15명 배출해 전국 일반고 1위를 차지하는 등 대한민국 공립고등학교의 표준으로 떠올랐다.

일반고 중 어느 학교와도 견줄 수 없는 성과를 내는 서울고의 오석규 교장을 만나 그 비결을 들어보았다.

취재 지준호 기자

“어디서나 그 자리에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 돼라”

‘어디서나 그 자리에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 돼라’는 김원규 서울고 초대교장이 제자들에게 늘 강조하던 말이다. 김 교장은 어디에서든 사람의 존재 가치를 중시하였다. 이를 위해 ‘깨끗하자’, ‘부지런하자’, ‘책임지키자’라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꼭 지녀야 할 덕목을 교훈으로 정하였다.

1970년 학교가 서초동 현 자리로 이전하면서도 이 같은 말과 교훈은 변함없이 중시하였다. 2014년 3월 부임한 오석규 교장은 오랜 시간 학교가 지켜온 정신과 교훈을 바탕으로 ‘하나로! 세계로! 미래로! 세계 초일류를 지향하는 서울고’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 교장은 “우리의 교육목표인 사회봉사리더 100인, 국가경영리더 100인, 세계평화리더 100인의 글로벌리더를 양성하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창의성을 키워주는 풍부한 교육 자원

“학교 부지가 넓은 것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각종 교육 시설의 설립도 쉬울 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교육 기자재를 들여놓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오 교장의 말대로 서울고는 교사 부지와 운동장 부지가 총 73,744㎡로 서울 소재 고등학교 중에서 가장 넓은 캠퍼스를 자랑한다. 부지가 넓다 보니 보통교실, 특수교실, 실내체육관, 경희관, 도서관, 과학동, 시청각실, 어학실, 역사관, 동아리방 등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약 2,520㎡에 달하는 실내체육관에는 농구, 배구, 탁구, 검도, 배드민턴, 유도, 골프, 피트니스, 암벽타기등의 활동을 할 수 있는 각종 시설을 갖춰 학생들의 체력증진을 돕는다. 또한 경희관(강당)은 각종 교육활동과 교사 연수는 물론이고 학교 축제 등의 행사를 치르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이 같은 시설은 지역사회에도 개방하여 지역 문화·체육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실험실, 교과교실, 리소스룸 등으로 구성된 과학동은 별도의 3층 건물로 보유하고 있어 모둠 활동 및 개인별·팀별 과제연구, 정보 검색 활동 등을 쉽게 하는 환경을 갖추었다.

과학동의 교실에서는 과학 수업의 효율화를 위해 전자교탁 및 카메라를 설치하여 수업 동영상을 촬영한다. 수업 동영상은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놓친 내용을 복습하는 데 활용할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이 자기 수업 촬영 영상을 보며 피드백을 하는 데에도 활용한다.

이외에 음악실 2개, 미술실 2개, 실내체육관, 목공실, 컴퓨터실 등 예체능 관련 환경도 잘 갖추고 있어 융합 교육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학생의 역량을 키워주는 수업혁신

명품교육 창출을 목표로 하는 서울고는 선생님들의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학교는 교원 전문성 향상을 위해 교사 연구회 모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선생님들은 스스로 수업 개선 및 장학 활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한다.

특히 과학고 근무 경험 교사, EBS 교재 집필교사, 교과서 및 지도서 집필 교사, 영재교육원 강사, 전국연합모의고사 출제 및 검토 교사 등의 우수 교사를 다수 확보하였다. 이 교사들은 수학과 수업, 과학과 실험 수업, 인문영재학급 수업, 수학·과학 탐구영재반 수업, 방과후 학교 수업 및 각종 수학·과학 체험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어 학생 및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다.

융합인재교육(STEAM)

제4차 산업혁명기를 맞아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의 창의력 신장을 위해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 교과를 융합한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Mathematics) 수업이 열풍이다. 서울고 역시 학생들의 탐구정신을 배양하고 21세기에 필요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70여 개의 STEAM 학술 동아리를 운영해 활성화하고 있다.

융합 수업을 하는 과학 과목에서는 학생들이 STEAM형 자유과제를 선정하여 개인별 발표, 모둠별 UCC 제작, Up-Cycling 프로젝트 수행 등의 활동을 하며, 이를 위해 학교는 과학융합체험의 날, 지하철로 가는 과학 탐방, 과학 관계기관 견학 및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인문영재학급 운영

‘인문영재학급’은 매년 3월 담임 교사의 추천을 받은 학생을 대상으로 영재선정심의위원회에서 1, 2학년 20명씩 총 40명의 학생을 선발한다. 지원서, 자기소개서, 생활기록부 등의 서류심사와 논술 및 구술의 선발고사를 거치는 등 그 절차가 까다롭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선발된 학생들은 학기 중 토요일과 여름방학 기간에 약 100시간에 이르는 수업을 듣는다.

“지원하는 모든 학생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하고 싶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희망하는 모든 학생이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네요.”

이렇게 까다롭게 선발된 학생들은 사회학, 지리, 역사, 경제, 철학, 창의·융합, 리더십·진로 등의 수업을 받는다. 영역별로 전문 지도교사가 최소 1권의 도서를 선정하여 독서활동 및 토론 활동을 지도하고, 비판적인 글 읽기와 글쓰기를 가르친다.

또한 여름 방학 중에는 개인 연구 논문 작성을 위한 논문계획서 수립, 주제 설정, 연구 방법 설정, 문헌 연구, 설문 문항 작성 등의 기초사항을 가르치고, 2학기 개학 후에는 논문 작성을 위해 필요한 자료의 조사·분석을 토대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지도한다.

학교는 과제연구 발표대회를 열어 열과 성을 다해 완성한 학생들의 논문을다른 학생들에게 공개하고 논문집을 발간한다. 학생들은 한 편의 논문을 완성함으로써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고 과제 완수에서 오는 성취감도 얻으며 진로 탐색의 기회를 얻는다.

수학·과학 탐구 영재반 운영

“우리나라 발전의 토대를 만든 이공계는 갈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공계 교육을 강조하는 오 교장은 이공계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수학·과학 탐구 영재반’의 운영을 적극적으로 장려한다. 영재반은 수학능력을 높이는 ‘수리 문제 해결반’과 과학능력을 키우는 ‘GMU Global Research Program’으로 나누어져 있다.

수리 문제 해결반은 학기당 12회 운영하며 매주 토요일 진행한다. 미적분Ⅰ, 미적분Ⅱ, 확률과 통계, 기하와 벡터 및 과학 교과의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을 기본으로 평소 수업 시간에 다루기 어려운 주제를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토론함으로써 사고력과 창의력, 문제해결력을 신장시킨다.

GMU Global Research Program은 방학 중에 캠프 형식으로 진행한다. 과학 교육의 확대와 글로벌화에 대비하여 미국 영재교육 기관에서 운영하는 R&E 프로그램을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GMU)의 물리학및 유체역학 연구 프로그램, SandiaNational Lab의 Nano Science 프로그램, Cornell Medical School, Bio-Rad Lab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과 관련된 강사들을 초빙하여 함께 연구한다.

주어진 주제에 적합한 다양한 연구 과제를 제공하여 학생 스스로 자기 주도적 연구가 가능하도록 캠프를 구성한다. 이때 모든 강의는 영어로 진행하며 학생들은 강사 및 KAIST 조교 선생님들과 많은 토의를 하여 R&E 과정을 수행한다. 이렇게 작성한 연구 리포트 중에 우수한 리포트는 선발하여 Science Fair에서 전시·발표한다.

네바다(四海)로 향하는 글로벌 리더십

“국제화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기르기 위해선 해외 학교와의 교류가 필수죠. 그래서 우리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국제교류 프로그램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서울고는 2016년 12월 국제교육 우수학교 교육감 표창을 받을 정도로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국제 교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학교는 일본,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등 5개국 학교와 MOU를 체결하고, 주로 학기말 고사가 끝난 후나 방학기간을 이용하여 상호 방문한다.

참가자는 자매교 학생들이 본교를 방문했을 때 호스트를 할 수 있는 학생 중 학생 생활지도 프로그램에 의한 상·벌점, 호스트 경험, 학생회 및 동아리활동 유무, 인성, 외국어 능력 등을 고려하여 선발한다.

교류 활동 전에는 교류할 국가와 관련한 책을 읽고 토론 및 독후감 발표 등을 하여 그 나라의 역사, 지리,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다.

교육 활동 후에는 소감문을 작성하고 우수한 소감문은 시상하며 책자를 제작해 공개한다. 상호 방문 후에도 지속해서 이메일 교환 및 화상 회의, 화상 수업, 각종 간행물 교류가 이어진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서울고 교육

“교육과정에 따른 기본교육을 충실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 온 교육을 잘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죠.”

오 교장은 뚝심 있는 서울고만의 학교 교육을 중시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합니다. 때론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우리가 계획한 교육을 실행할 것입니다.”

서울고가 명문 공립 일반고의 명성을 이어가는 성과를 내는 이유는 바로 초심을 지키는 오 교장의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