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정권 역량교육연구소 소장

에듀럭스 핵심역량교육개발원 원장

《평생소득 초등1학년에 결정된다》 저자

《역량 자녀성공의 핵심경쟁력》 저자

 

74억 인류 중 선진국 10억 국민의 교육과정, 역량기반교육과정

바둑계를 평정한 인공지능 알파고가 향후 진출예정인 분야는 의료와 과학 분야라고 한다. 인공지능이 가장 잘하는 분야 중 하나가 고차적인 이론증명 분야임을 이해한다면, 향후 의료와 과학 분야가 얼마나 놀라운 속도로 발전할지 매우 기대된다.

ICT 기술발전에 의한 사회변화에 OECD 주요국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지식 중심의 교육과정에 대한 의구심을 품었다. 학생들이 학창시절 동안 학교에서 배우는 수많은 교과 지식은 사실상 사회나 직장에서는 대부분 필요하지 않은 지식이다.

본인이 강연 시 청중들에게 “하루에 미적분이나 함수를 몇 번씩 사용하시나요?”, “사용하지도 않는 지식은 왜 배우셨나요?”라고 질문하면 어김없이 청중들은 대학에 들어가려고 배웠던 것이지, 거의 필요는 없는 지식임은 알고 있다고들 대답을 한다.

OECD의 주요국들은 ICT 기술발전으로 형성된 지식정보사회에서는 교과지식만을 가르치는 교육에 대한 한계를 느끼고 대부분 역량기반교육과정으로 전환하여 정착단계에 이르렀다. 반면 국내 역량기반교육과정은 시작단계는 넘었지만 교육관계자들과 함께 더욱 활발히 공유하고 실천해야 하는 일이 커다란 과제로 남아있다.

해결해야 할 커다란 교육목표, 역량기반교육과정

국내에서 역량기반교육과정이 시작된 것은 누리과정과 2009 개정교육과정에서부터라는 것에 대하여는 많은 교육전문가가 공감하는 바이다.

우선 영·유아들에게 역량기반교육을 하기 위하여 시작된 누리과정에 대하여 ‘누리과정의 교수학습방법은 유아의 생활 속 경험을 소재로 하여 지식, 기능, 태도 및 가치를 습득하도록 한다’, 또한 ‘유아는 일상생활 속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되며, 이를 통해 지식, 기능, 태도 및 가치를 형성해 간다’ 라고 정의하고 있다.

다음으로 초등교육에서의 수행평가나 중·고등교육에서의 성취평가제는 학생들이 학습을 통하여 학창시절 동안 반드시 함양해야 하는 지식, 인성, 기능으로 구성된 핵심역량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초·중·고 학창시절 동안 길러지고 평가된 학생들의 핵심역량에 대한 함양 여부를 파악하여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입학제도가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이다. 현재 대학 신입생 모집 정원(특기자·논술 전형 포함) 중 약 75%가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 전형으로 학생의 핵심역량을 서류와 면접을 통하여 선발하고 있다.

학생들의 성공적인 사회진출 및 직업 생활을 위하여 반드시 학창시절 길러야 하는 핵심역량은 위와 같은 사회현상(지식정보사회, 인공지능 등장, OECD 주요국가들의 역량기반교육 정착)에 따른 인재상의 변화로 인하여 필요한 교육목표가 되었다.

또한 역량기반교육은 교육과 입시정책을 넘어서 취업정책에도 수년 전부터 도입되어 학생들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입사 시 기존의 이력서 대신에 역량기반지원서, 역량면접, 역량테스트 등을 통과하여야 한다.

역량기반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인성교육

 

<지식과 인성, 기능(능력)의 상관관계 비교> / 출처: 《평생소득 초등1학년에 결정된다》, 김정권, 스몰빅

역량은 ‘무엇을 해낼 힘, 무엇을 할 힘’으로 정의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역량의 정의보다 역량의 구성요소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모든 역량은 ‘지식, 그리고 지식의 학습과 체험으로부터 길러지는 인성과 기능’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서 교육부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발표한 6대 핵심역량 중 자기관리역량은 자기를 관리하는 데 필요한 지식, 인성 그리고 기능으로 구성된다는 의미이다.

지난 70년간의 교육과정은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과정이어서 지식이 가장 중요한 교육목표였다.

그러한 이유로 지식을 이해하고 암기해야 우수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으며, 우수한 대학을 졸업해야만 우수한 직업이나 직장을 얻을 기회가 넓어졌다. 우수한 대학이나 직업, 직장을 얻기 위해서는 지식을 이해하고 암기해야 하므로 무엇보다도 학생 개인의 지능이 우수해야 유리하였다.

즉, 지식에 대한 이해나 암기는 우수한 지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ICT 기술 발달로 인공지능이 등장한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지식에 대한 이해나 암기보다는 지식에 대한 수용과 활용 여부가 핵심이다. 그렇다면 지식에 대한 수용과 활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인성이다. 인성은 태도, 가치관, 행동특성, 성향, 성격 등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학생의 인성이 형성되지 않으면 새로운 지식을 수용하거나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그림은 본인이 집필한 《평생소득 초등1학년에 결정된다》에서 주장하고 있는 지식과 인성, 기능(능력)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고 있는 그림이다. 그림에서 보듯이 대부분 지식은 외부로부터 들어온다.

그런데 지식을 수용 및 활용 여부는 학생의 인성이 담당한다. 학생의 인성이 올바르게 형성되어 있으면, 지식을 수용하고 활용하여 다양한 능력으로 발현할 수 있다. 반면 학생의 인성이 부족하면 지식을 이해하고 암기할 수는 있어도, 수용하여 활용하는 능력으로 발현시키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선진국형으로 변화하고 있는 교육현장

선진국형 교육으로 변화하고 있는 교육현장의 특징을 세 가지로 압축하면 첫째는 인성교육의 강화이며, 둘째는 다양한 기능(능력)을 함양하는 교육이며, 셋째는 교재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교육기관이나 선생님마다 편차가 많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므로 우수사례 위주로만 설명하겠다.

첫째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교육현장 사례는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을 들 수 있다. 2012년 시작한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의 핵심은 실용적이고 재미있는 지식을 가르쳐,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흥미를 갖고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여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주는 교육을 실천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수학학습에 대한 흥미나 긍정적 태도를 갖게 하기 위하여, 본격적인 수학 교과 지식을 전달하기 전에 교과 지식과 관련된 동영상이나 디지털콘텐츠 등을 학생들과 살펴본다.

이를 통해 수학수업 자체를 변화 시킨 사례를 들면 수학 교과 지식을 이해하고 문제를 풀이하는 방식 자체를 게임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선생님이 수학 교과 지식을 설명해 주면 학생들끼리 팀을 구성하여 상대편 팀이 풀지 못하도록 될 수 있는 대로 어려운 문제를 만든다. 학생들끼리의 협력으로 만든 수학 문제를 상대방 팀에게 전달하고, 또한 상대 팀으로부터 전달받은 수학 문제를 팀원과 협력하여 풀고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수학학습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인성교육을 강화한 대학 사례도 있다. 2017년 4월 13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국제미래학회 등이 개최한 ‘차기정부 미래교육 혁신방안 정책 세미나’에서 인천대 조동성 총장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최근 기업에서는 신입사원 선발 시 과거와 같이 학점이나 영어점수만 높은 학생보다는 인성이 올바르게 형성된 대학생들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유는 인성이 올바르게 형성된 대학생들이 취업해서 우수한 업무성과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한 이유로 대학들은 후마니타스 칼리지(인문교양대학)를 운영하기도 하며, 인문고전에 대한 독서교육을 강화해 대학생들의 인성을 올바르게 키우고 있다.

둘째는 다양한 기능(능력)을 함양하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 앞의 사례와 연결하여 수학교육 선진화 방안으로 설명하면, 수학학습에 대한 흥미나 긍정적인 태도, 자신감이 형성된 학생들은 수학 교과 지식을 수용하고 활용하기 시작하여 다양한 기능(능력)을 발현하기 시작한다.

수학 교과 지식을 통하여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를 수행하기도 하며, 친구들과 팀을 형성하여 문제를 만들고 풀어가면서 수학적 의사소통능력, 추론능력, 창의성, 표현능력을 키워간다.

또한 2018년부터는 디지털콘텐츠가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지식은 더이상 이해와 암기의 대상이 아니라, 수용과 활용의 대상이므로 많은 양의 지식과 정보 수집이 필수적이다. 그러한 이유로 2018년도에 국가에서는 영어, 과학, 사회과목의 디지털콘텐츠를 본격적으로 도입하여 한정된 지식을 담고 있는 서책형 책자로부터 자연스럽게 학생들을 해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학생 개인의 핵심역량을 강화하기 위하여 교과서 위주로 짜인 커리큘럼에서 벗어나 방대한 지식이나 정보를 담고 있는 디지털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교실을 벗어난 공간에서의 다양한 체험과 경험 수업을 통하여 학생들의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최근 대학교육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연극수업이 좋은 사례이다. 학생들에게 자신감, 의사소통능력, 창의성, 타인이해능력 등을 교육하기 위해 도입한 교수학습방법 중 하나이다.

이렇게 학생들의 핵심역량을 함양하는 선진국형 교육을 위하여 한정된 지식을 담고 있는 서책형 책자에서 벗어나며,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통하여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핵심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교육관계자 인식의 변화로부터 알파고 세대들은 성장한다.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수많은 지식과 정보를 원활하게 활용한 창조적인 활동을 위하여는 지식을 암기하고 이해하는 지능보다는, 지식을 수용하고 활용하는 인성이 중요하다”라는 것이 본 칼럼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인성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는 2015년 「인성교육진흥법」을 만들어 유아부터 초·중·고 교육까지 인성교육을 의무화하였다. 그러나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에서 태어나 지식기반교육과정에서 지식을 중심으로 가르치고 배워온 기성세대들에게 인성교육은 다른 의미로 이해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전부터 대학입학시험에서 수시모집의 비중은 지속해서 높아져 왔고, 새 정부에서는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여기서 절대평가란 학생들이 교과학습을 통하여 학창시절 반드시 배워야 하는 지식, 인성, 기능(능력) 등에 대한 역량의 달성 여부를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들은 점수 위주의 상대평가가 공정하므로 수시 모집 비중을 줄이고 정시 모집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정치 현실과 교육 현실(이대 입시비리 사건 등) 등으로 수시 모집은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수시전형을 금수저 전형이라고 비판하는 일부 학부모들이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상대평가의 정시모집이나 절대평가의 수시모집의 문제’가 아니다. 정시모집은 교과 지식에 대한 이해나 암기 여부를 평가하는 것이며, 수시모집은 학창시절 동안 학교공부를 통하여 길러진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다.

지식정보사회의 기업에서는 단순한 지식에 대한 이해나 암기를 잘하는 과거형 인재보다는, 디지털화된 수많은 지식을 수용하고 이를 활용하여 다양한 능력을 발현할 수 있는 미래형 인재를 원한다.

미래형 인재가 기업과 사회에 넘쳐나야 기업이 신기술로 발전하고 사회가 진화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시 또는 수시전형의 문제에서 벗어나 ‘과거 인재 또는 미래 인재를 어떻게 가르치고 선발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지식정보사회에서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갈 알파고 세대 학생들을 위하여는 과거 지식기반교육과정에서 교과 지식을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교육관계자들의 인식전환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