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서정화 '행복한가정만들기운동연합(행가연 Topia) 대표>

인구는 국가의 기본 구성요소로 혼인율과 출산율은 인구 정책에 있어 가장 중시되는 지표입니다. 각종 언론에서 2017년 혼인율과 출산율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사회적인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행복한가정만들기운동연합(행가연 Topia)’을 개소해 이끌어가고 있는 서정화 대표를 만나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평생 교육계에서만 활동하셨는데, 전공과는 동떨어진 사업을 시작하셨네요.

네, 그렇습니다. 저는 1970년에 대학을 졸업한 후 3년간 교편생활을 했고요. 이후 대학원에 진학하여 교육학을 전공하고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에서 교육정책 관련 연구를 했습니다.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중 출장 형식으로 미국에 유학을 갔다 왔고 1982년부터 29년간 서울 홍익대학교 교육학과에서 교육행정학과 교육정책 등을 강의하였습니다. 그동안 행정적인 업무와 석·박사 논문지도를 했네요.

그리고 홍익여중·고에서 2년, 홍익부속중·고교에서 3년을 합쳐 5년간 학교경영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교육행정학회, 한국교원교육학회, 한국고등교육정책학회를 맡아 이끌기도 했으며, 대통령자문 교육개혁심의회, 교육개혁위원회, 교육인적자원상임위원회, 교육과학기술자문회 등에서 전문위원 또는 위원으로 활동하였습니다.

《교육인사행정론》, 《교장학의 이론과 실제》, 《한국의명품고등학교》 등의 저서와 논문, 보고서 등 100여 편을 집필했습니다. 평생 교육계에서만 활동했죠.

독실한 크리스천이시죠?

독실하다고는 할 수 없고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교회를 다녔습니다. 지금은 구리시에 있는 드림 교회에 출석하고 있습니다. 30여 년 동안 장로로 봉사해 왔고 현재는 원로 장로로서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지요.

교편생활을 하면서 초·중·고 교사 및 교수들로 구성된 (사)한국교육자선교회의 창립을 함께 하면서 회장과 이사장 직을 맡아 봉사할 기회도 있었지요. 서울대학교 기독교 총동문회 회장을 맡아 모교 복음화를 위해서 활동하기도 하는 등 학원과 교육 선교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습니다.

최근 출범한 ‘행가연(행복한가정만들기운동연합) Topia’도 교육계에 대한 선교와 봉사 차원에서 비롯된 것인가요?

저는 교육부 장관을 지내신 이돈희 교수님과 이돈환 서울미고 이사장님과의 인연을 토대로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를 함께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이돈환 이사장님께서 “서 교수는 평소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맺어 주는 일을 해왔는데 이제는 적극적이고 공식적으로 교육 분야에서 수고하시는 선생님들을 위해 봉사하면 어떠시겠는가, 그동안의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사회에 봉사하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고 잘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사무실과 각종 사무기기 등을 직접 마련해주셨습니다.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하였고, 새삼 훌륭한 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옆에서 응원해주시는 어른이 있다면 의미 있는 봉사를 하는 데 큰 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서 참 큰 일입니다.

쑥스럽지만 제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네요. 40여 년 전에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 오자마자 결혼하려고 하였습니다. 당시 제 나이가 32세였는데 노총각으로 인식되더군요. 그래서인지 배우자를 만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더군요.

그러던 중 제가 존경하던 선배의 사모에게 결혼할 나이가 지나고 있으니 주변에 괜찮은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부탁을 했죠. 그랬더니, 피식 웃으면서 “좋아하는 사람을 숨겨놓고 괜히 그러시는 거죠?”라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화제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제 진심 어린 말을 전혀 믿어주지 않아 아쉽고 답답하였지만 도리가 없었습니다. 주변의 다른 분들 소개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됐고 지금의 안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특히 결혼하는 데에는 누군가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아직도 자신이 원하는 배우자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가 평생을 몸담은 교육계도 사정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가끔 자녀의 결혼 문제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하소연하는 미혼 자녀를 둔 부모를 만나기도 합니다. 제가 과거에 도움받았던 것을 이제는 사회를 위해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오래 전부터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맺어주는 일(Matching)에 남다른 은사가 있었다구요?

아, 물론이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평생을 교육계에 몸담으면서 제자들로부터 배우자를 주선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연결을 해준 경험이 다른 사람보다는 많은 것 같습니다.

한번은 박사학위 논문 심사가 끝난 직후였어요. “H 박사, 가족은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었더니, “저는 아직 싱글입니다”라고 하길래 “아 그래요. 그러면 얼마 전에 박사 논문이 통과된 참한 여교사가 있는데 한 번 만나 볼래요?” 그러면서 여교사의 전화번호를 H 박사에게 알려주었지요.

3주 후에 문자 메시가가 왔어요. “같이 찾아뵙겠습니다.” 3주 만에 결혼 합의를 하고서는 저에게 주례를 부탁한 것이었습니다. 3개월 만에 성혼에 이른 한 사례이지요. 지금은 두꺼비 같은 아들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답니다.

저는 이러한 경험을 살리고 그동안 쌓은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하여‘행복한 가정 만들기 운동’을 추진하려 합니다. 서로가 만나서 사랑을 싹틔울 수 있도록 안내하고 아름다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행가연 Topia’를 돕는 분들도 많으시다구요?

행가연 Topia에서 함께 일을 하시거나 도와주시는 분들은 교수 및 교장을 역임하신 교육자들이 대부분이세요. 현재 공동대표에는 고재욱 시인, 김청극(전 수원청명고 교장), 박해평 시인(서울문학문인회 회장), 오세희(전 서울 대성중 교장), 장철환((사)학교건강지원협회 이사장), 정선순(분당HM안디옥교회 장로), 조만영 장로(전 여의도고 교장), 차재연 (전 경성고 교장), 채동수(한국가정사랑상담협회 회장), 김종대 권사(전 서울고척중 교장), 국윤옥(전 서울대현초 교장), 정주원(전 안산중앙초 교장)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돈희 교수(전 교육부 장관), 이명현 교수(전 교육부 장관), 김형태 (사)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전 한남대 총장), 곽병선 인천대학교 석좌교수(전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김재복(전 인천교대 총장) 등은 고문으로서 도와주고 계시죠. 이분들은 오랫동안 조직 생활을 하신 분들로 많은 경험과 행정력을 가지고 계실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자 하는 봉사 정신과 열정이 강하시죠.

일반적인 결혼정보회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성혼에 이른다는 것은 하늘의 계시와 함께 당사자 간의 운명이 작용한 것이라고 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이기에 한 개인의 인적 네트워크로는 운명의 짝을 찾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행가연 Topia에서 함께 하시는 분들은 자신이 검증한 인맥을 활용하여 결혼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면 좋겠다는 취지로 모이게 되었습니다.

또한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남녀가 만나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고 행복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줘 따뜻한 사회를 만듦으로써 국가발전에도 기여하자는 나름의 포부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수익을 목표로 하지 않고 봉사 정신을 토대로 좋은 만남을 성사시키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입비도 타 결혼 중개회사와는 다르게 홈페이지 운영비, 사무유지비, 각종 세금 등 최소한의 경비를 조달할 수 있는 정도만 받고 있습니다.

왠지 상업적인 결혼정보회사들 보다는 신뢰가 됩니다.

그렇습니다.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교육자들이 나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믿음이 가지 않나요? 또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멘토위원들을 초빙하여 체계적인 상담과 안내 활동을 하고 있으며, 가입 회원들의 기대와 만족도를 높이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할 예정입니다.

<행가연 홈페이지(http://www.msht.kr) 메인 화면>

행가연 Topia가 출범한 이후 주위 반응은 어떠 했나요?

크게 세 가지 반응이 있더라고요.

먼저, 별로 좋은 인상을 주지 않는 일에 뛰어드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괜히 그동안 쌓아 온 명예를 깎아 먹을 수 있는 일을 무엇하려 하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연금도 나오고 자식들도 모두 잘 키워 돈도 잘 벌 텐데”라며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우리 아들부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으니까요.

또 하나는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어떤 분은 제게 “별 짓 다하는구만”이라고 하시기도 했습니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 기억 못 한다’는 말처럼 자기는 이미 결혼을 했거나 가정을 이루고 있어서 그런지 자기와는 상관이 없는 남의 일로 생각하더군요.

제가 가장 기다린 것은 세 번째 반응입니다. 긍정적인 반응이지요. 이런 일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이다’라고 격려해주면서 높은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먼저 나서서 주변에 결혼하지 못한 분들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려주고 소개하기도 하신 분들이죠.

건전한 결혼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첫째로, 적령기에 있는 사람들이 결혼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준비성(Readiness)을 갖추는 일이죠. 당사자가 ‘결혼을 해야겠다’라는 심적 상태가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바쁘거나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에서는 여유 있게 배우자를 만나기 힘들겠지요. 또, 자신을 객관화하여 보기는 쉽지 않겠지만 자신의 형편과 처지를 인식하고 분수를 알고 대처해야 한다고 봐요.

둘째는 원하는 배우자를 만날 수 있도록 기회(Opportunity)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직장과 집만 오가는 사람들은 배우자를 만날 기회가 제한될 수밖에 없거든요. 결혼정보업체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죠. 따라서 충분한 인력 Pool을 가지고 연결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셋째는 결혼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여건(Infra)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이것은 국가나 지방자치 단체 등에서 적극적으로 힘써야 할 분야라고 봅니다. 아이를 기르는 문제나 양육, 교육, 주거지 마련, 결혼식 등 여러 적정한 인프라를 구축해 주어야 합니다. 100조 원을 투입했는데도 출산율이 늘어나지 않는 것은 더욱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여건 조성의 절박성을 말해주는 것이죠.

이외에도 교회나 성당 등 종교기관에서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는 아이 셋을 낳은 아기에게 금반지를 끼워 주기도 합니다.

<지난 3월 진행된 행가연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서정화 대표>

출범한 지 2개월가량 되었습니다. 성과가 좀 있습니까?

출범 초기라 아직 성과라고 할 것은 별로 없지만, 반응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출범 이후 여기 저기서 전화가 오고 있습니다. 행가연 Topia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육자들이 추진한다는 것에서 신뢰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회원으로 가입하는 남·여 수가 늘어나니까 연결(Matching)하기가 더욱 수월해지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젊은 사람들이 많고, 교원, 교수, 회사원, 기타 전문직 등 다양한 사람들이 예비회원(준회원)으로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전화를 해오고 있어요. 다양한 직종에서도 교원의 인기가 높네요. 교직이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아 저도 교육자로서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이상적인 배우자를 얻으려면 어떤 특별한 비결이나 재주가 필요한가요?

‘시간과 파도는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Time and tide wait for no man)’라는 외국의 속담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상형의 배우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노력하고 기다리고 준비하는 사람은 원하는 상대를 만나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백마 탄 왕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거나 백설 공주가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 말고 기회가 오면 준비하고 있다가 놓치지 말고 잡으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끝으로, 결혼은 ‘인연’이 될 때 이루어진다. 그리고 ‘신의 뜻’이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행가연 Topia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입니까?

앞으로 한국의 결혼문화가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결혼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행복한 결혼생활 속에서 행복한 가정을 세우고 만들어가는 노력이 강조되어야 합니다. 서로가 만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고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때부터 결혼에 대한 건전한 인식과 생각을 길러주고 또, 무엇보다도 결혼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가르쳐야 합니다.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행복한 가정(Sweet home)을 이루어 부강한 나라, 세계를 이끌어가는 일류 국가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