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미래교육연구원 원장,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

정치권에서 헌법개정 목소리가 높아지고, 국회는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설치되어 개헌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현행 헌법의 교육권 조항은 개정을 거듭하면서 보완되기는 했지만 사회 여건과 상황이 변하고 국민의 교육에 대한 기대도 크게 변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헌헌법 당시의 정신이 유지되고 있다.

국민의 교육기본권 보장은 교육개혁 문제에 있어 21세기를 새롭게 열어나가는 데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다. 이에, 에듀인뉴스는 시대 변화에 맞는 교육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헌법 개정과정에서 교육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를 구상해보는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4차 산업혁명 시대 국민의 교육권 보장과 국가 및 국민의 의무 강화

국민의 교육권과 관련하여 현행 「헌법」에서 주목할 조항은 “①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와 “②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라는 조항이다.

이 두 개의 조항은 「제헌헌법」 이후 그 취의가 변치 않고 현행 헌법까지 그대로 계승되었다. 이 말은 헌법을 통해 국민에게 보장하고, 또 국민이 누려야 할 교육권이 1948년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주지하듯이 우리사회는 그동안 약 70년에 동안에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이룩하였다. 따라서 현행 헌법은 국민교육권 보장의 측면에서 볼때 시대 지체현상을 띠고 있다고 할 것이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70년 동안, 건국 당시에는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사회가 복잡화·고도화되고, 또 국민의 교육에 대한 기대 수준도 높아졌다. 금후 개정할 헌법에는 이러한 변화와 기대
를 반영해야 한다.

즉, 현행 「헌법」 제①항의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와 제②항의 “의무교육 무상” 조항을 수정·보완해야 한다.

먼저,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있다”는 조항은 ‘교육에서 차별받지 않는다’는 의미로 제헌헌법 제정 당시에는 진보적이었고 또 국민의 환영도 받았다. 즉, 일제하의 차별적 교육을 시정하여 바로잡는다는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국민의 교육권에 대한 소극적 보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한계가 애초부터 있었다. 그리고 오해의 소지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후의 헌법 개정 과정에서 “능력에 따라”라는 수식어가 첨가된 것으로 이해된다.

즉, “능력(학업능력과 경제력)에 따라”라는 수식어를 넣음으로써 시험을 통해 학업능력을 입증하든가 적어도 수업료를 비롯한 교육비를 부담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차별 없이 교육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었던 것이다.

특히, 좋은 학교에 들어가 상대적으로 더 좋은 교육기회를 누리기 위해서는 시험을 통해 능력을 입증해야만 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교육은 ‘입시’를 중심으로 한 ‘입시 중심교육’을 건국 초부터 강요되었다.

나아가 입시 중심 교육에 의해 교육이 획일화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결과적으로 헌법의 교육관련 조항 제①항은 국민의 교육권을 제약하고 획일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였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국민의 교육권은 국민의 능력에 관계없이 각 국민이 타고난 적성을 살리는 방향에서 적절한 교육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것이 저출산 시대 국민의 잠재역량을 최대한 살리면서 또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창조적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의 방향이다.

능력에 따라 차별 없는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 타고난 적성을 살릴 수 있는 적절한 교육을 모두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에서 국민의 교육권 조항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장애인 등의 인권도 보장하는 것이며, 또 평생학습시대 성인의 잠재 역량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의 지표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의무교육 무상” 조항은 제헌헌법의 단계에서는 국민들이 간절히 원하는 바였다. 그리고 진보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입장에서 보면 초등학교나 중학교 단계의 의무교육을 무상으로 한다고 하여 행복해 하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국가가 의무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국가의 교육의무를 다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오히려 국가의 교육에 대한 의무가 의무교육의 무상화 초점이 맞추어 짐으로써 교육에 대한 정부의 우월한 지위가 강화되고 간섭과 규제가 지나쳐서 교육의 다양성과 수월성이 제한되는 것은 아닐까?

그 결과 교육에 대한 국민의 불만족이 더커져가고, 결과적으로 사교육이 팽대해지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국가의 교육에 대한 의무를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할 때라고 본다. 아니 이미 늦었는지도 모르겠다. 국민 교육과 관련하여 국가의 역할과 그 한계를 다시 한 번 음미할 필요가 있다.

의무교육에 대한 국가의 의무는 교육 시설과 재원을 마련하여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의무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려고 함으로써 모든 국민에게 획일적 교육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의무교육 단계에서 모든 국민이 반드시 습득해야 할 ‘국민 필수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

여기에 국가가 담당해야 할 역할의 한계를 설정하고, ‘국민 필수 기초학력’ 이상의 학력을 습득하고자 원하는 국민은 사비를 투자하더라도 마음껏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교육의 영역을 새롭게 더 확장해갈 수 있도록 열어두어야 한다.

즉, 국민의 자율에 의해 교육을 창의적으로 다양하게 받을 수 있도록, 그래서 국민의 잠재력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열어두는 것이야 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가 교육을 위해 취해야 할 입장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금후 헌법 개정에서 국민의 교육권을 강화하여 보장하는 만큼 국민의 의무도 그만큼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 국민의 교육권 확립과 관련하여 국민 스스로 설정해야할 영역이다.

제헌헌법 이래 지금까지의 헌법에서 국민의 의무는 ‘보호하는 자녀에게 법이 정하는 의무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뿐이었다. 이러한 국민의 교육의무는 평생학습이 일반화되기 이전의 단계, 즉 학령기의 의무교육만으로도 시민으로서 자립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단계에서는 타당했을 수 있다.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또 복잡화 및 고도화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학령기에 한 번 받은 교육으로는 시민으로서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 따라서 국민의 의무도 강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모든 국민은 민주시민으로서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학습할 의무를 져야 한다.

나. 헌법 교육조항의 애매성 보완

우리나라 헌법에서 평생교육 조항이 처음 규정된 것은 1980년 개정에서이다. 그 이전에는 평생교육 조항이 없었으며, 1980년에 규정된 조항은 현행 헌법에도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즉, 평생교육 개념이 헌법에 처음 도입되는 단계에서 평생교육에 대한 국가의 의무가 현재까지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

그 결과 평생교육에 대한 국가의 의무가 매우 추상적으로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라고 막연하게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새롭게 헌법을 개정할 때에는 적어도 평생교육 진흥의 범위를 정하는 정도의 개선은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요컨대 국가가 진흥해야 하는 평생교육의 방향과 목표를 규정함으로써 평생교육진흥의 방향을 구체화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가에 의한 평생교육의 진흥이 어떤 방향으로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그 범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헌법의 교육조항 중에서 가장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은 “④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 조항이라고 여겨진다. 이 조항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법률에 의해 정해지지 않는 범위는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만약,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과 대학의 자율성이 광범위하게 보장된다면, 그 결과 그것이 교육에 끼치는 해악이 우려된다면 법률에 의해 정해 놓은 범위 내에서 소극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겠다.

그러나 그것이 교육의 발전, 특히 질적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더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에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교육의 전문성과 대학의 자율성은 1980년의 개정에서 처음 등장하였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1980년의 상황에서 처음 등장한 것 자체로서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겠다.

즉 본 조항의 첫 등장으로 1980년 헌법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또 대학의 민주화를 지향하는 방향을 제시하였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것을 법률의 조항에 의해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는 한 보장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의미가 반감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모호성이야말로 오늘날 이 헌법 조항이 교육행정 및 실천의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 이유라고 생각된다.

그 중에서도 대학의 자율성과 교육의 자주성, 특히 사학의 자율성과 자주성이 가장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헌법 개정 시에는 다음의 두 가지 방향에서 개선의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대학과 사학의 자율성 부분을 별도로 독립시켜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제한하지 않는다”라고 적극적으로 대학과 사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 시대 국민의 잠재력과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를 가질 수 있다.

둘째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보장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에서 개정하는 것이다.

교육의 자주성을 강화함으로써 보다 교육적이고 다양한 교육서비스를 교육자와 교육기관이 제공할 수 있게 되고, 또한 교육의 전문성을 강화함으로써 보다 질 높은 교육을 국민들이 누릴 수 있게 되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보다 강화됨으로써 교육을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고 교육을 통한 국민통합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⑥ 학교 교육 및 평생 교육을 포함한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라는 조항은 두 가지 문제점이 발견된다.

첫째, 문구가 없어도 그다지 문제가 없는데 사족으로 부가되어 있는 문제점이 발견된다. 즉 학교 교육과 평생 교육을 포괄하여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학교 교육 및 평생 교육을 포함한”이라고 사족을 덧붙이고 있는 점이다.

그리고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도 “교육제도와 그 운영”에 포괄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부가적으로 명시하여 중복의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점이 있는 문장을 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교육제도와 그 운영을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부분의 문제이다.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를 하면서 실은 교육제도와 그 운영에 대해 법률로서 규제하는 기능을 하는 대신에,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지적되는 ‘정권에 의한 교육 제도와 그 운영의 자의성 및 비일관성’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실질적인 기능도 하지 못하는 점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교육제도와 그 운영이 정권에 따라 자의적으로 실행되는 폐단을 견제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상과 같은 문제점들 혹은 미비점을 개선한 헌법의 교육조항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