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경고등학교 전경>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세경고는 1969년 파주공업고등학교로 개교했다가 2010년 세경고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했다.

대한민국 최초로 산업체협약 특성화 학교로 지정된 세경고는 2011년 대한민국 좋은학교로 선정되었고, 2011년, 2012년 경기도교육청 사학경영평가에서 2년 연속최우수 학교로 선정됐다.

2013년에는 학교문화개선선도학교, 2014년대한민국 인성교육 실천우수학교, 대한민국 행복학교, 2015년 인성교육 최우수 모델학교, 2016년에는 대한민국 행복교육학교로 선정될 정도로 타 학교에 모범을 보이고 있다.

취재 지성배 기자

반도체, IT, 디자인분야 인력 양성

반도체디스플레이과, 미디어콘텐츠디자인과, 건축미디어디자인과, 디지털정보전자과, 디지털자동차과가 개설돼 있는 세경고는 2006년에 반도체디스플레이, 미디어콘텐츠디자인 분야가 특성화 학과로 지정되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학과 학생들은 대학의 전자계열 학과로 진학하여, 대기업이나 디스플레이 분야의 협력 업체로 취업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공무원이 되거나 공기업으로 진출하기도 한다.

학교는 진로 교육 뿐 아니라 ‘자기가치, 관계가치, 사회가치, 일의 가치’를 가르치는 ‘가치 교육’을 무엇보다 중요시 한다. 이를 위해 리더십 교육과 ‘불평없이 살아보기’ 등과 같은 관계성 교육, 공동체 토론회나 자치법정 등을 연다.

또 학생들은 사회가치를 위해서 사회참여와 봉사활동을 하고, 일의 가치를 위해서 창의성 교육 프로그램과 창업 교육 프로그램, 체험중심의 제3의 진로찾기를 하고 있다.

세경고 이준화교장은 “프로그램보다 아이들의 가치와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문화와 풍토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행동력, 활동성 우수 학교

“학교 전반에 흐르는 문화와 생활, 보이지 않지만 학교에서 소통되고 있는 가치와 질서, 학교에서 겪는 일상적 경험들은 학생들에게 주효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 교장은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천할 수 있는 행동력”이라고 덧붙였다.

2011년 서울여대 바롬 인성연구소에서 전국 고등학생 600명을 상대로 조사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세경고 학생들은 ‘인지, 정의, 행동 영역’ 측정 지수의 모든 영역에서 높은 수치를 보였다.

깨닫고, 느끼고, 행동하는 영역에 대한이 조사에서 세경고 학생들은 특히 행동 영역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화 교장은 이 같은 연구 결과가 학교의 실천 중심 인성교육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사랑의 꽃동네, 사랑의 연탄 나르기, 해비타트 사랑의 집 고치기, 장애인과 사랑나누기와 같은 봉사활동 외에도 전통시장 살리기, 친구와 함께하는 블루밴드캠페인, 내고장 하천살리기, 바른말누리단 활동, 다문화 가정 자녀와 함께하기와 같은 사회참여 활동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교의 공동체 훈련과 봉사활동, 사회참여 활동은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세경고는 교육부의 2015년 직업기초능력평가 결과에서 ‘정서, 업무동기, 관계성, 조직적응성, 업무능력, 변화능력’의 전 영역에서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수용과 개방성, 도전과 창의성을 보는 변화적응 항목의 경우 전국 평균 5.5%에 비해 세경고는 11.8%로 두 배가 넘는 수치를 보였다. 일처리, 전문성과 같은 업무능력 항목에서도 두 배(전국평균 5.3%, 세경고 9.7%)였으며, 친화력, 팀지향, 협동과 같은 관계적응 항목 또한 매우 높은 수치(전국평균 5.7%, 세경고 10.6%)를 나타냈다.

<내고장 하천살리기>

함께하는 교육

세경고 교사들은 아이들이 받는 교육을 먼저 받는다. 이 교장은 “교사가 변해야 아이들이 변한다”고 말한다.

“선생님들의 생각과 행동이 바뀌어야 아이들도 그것을 느끼고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신입생 OT 때 받는 ‘성공하는 청소년의 7가지 습관’을 선생님들이 외부강사에게 먼저 배운다. 그렇게 교사들은 직접 교육을 받고 강사 자격을 갖춘 후 학생들을 가르친다.

실제로 교장도 직접 자격증을 따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세경고는 교사들 뿐 아니라 학부모들도 아이들과 함께 비교과 활동에 참여하고 배운다. 학생들은 부모님과 함께 미술 심리 치료, 해비타트 사랑의 집 고치기, 예절교육, 문학기행, 산행, 학교폭력예방 연극, 캠페인, 김장담그기 등의 활동에 참여한다.

학부모들은 봉사활동 이외에도 아이들이 직접 진행하는 축제나 체육대회에도 직접 참여한다. 학부모들은 직접 안무를 구성해 학교축제 무대에 나서기도 하고, 뮤지컬을 꾸며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선생님들이 결성한 밴드도 있고, 학생들의 밴드동아리에 선생님이 보컬을 맡는 등 교사와 학생이 함께 무대를 꾸미기도 한다.

동아리 간 연계활동을 통한 융합교육

세경고 학생들은 동아리끼리 연계활동을 많이 한다. 교내 동아리 ‘사투리(사고 싶고 투자하고 싶은 이곳 전통시장)’는 노작 동아리에게 배추와 무를 심어 달라고 부탁한다.

김장담그기를 할 때는 다문화 동아리의 다문화가정 어머니들과 함께 한다. 요리동아리는 김장을 돕고, 바른말누리단 동아리는 다문화 가정 부모님을 위해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관한 강의를 한다.

손전기(공예동아리) 동아리는 김치를 포장할 수 있는 포장 박스 디자인을 함께 하고, 신문동아리는 김장담그기 행사의 전 과정을 취재한다.

이로써 김장담그기 행사는 동아리들 간 융합을 통해 다문화가정의 어머니를 모시고 한국어 특강을 하고, 어머니들과 동아리 학생들이 모두 다 같이 김장을 담그고, 학생들이 만든 박스에 넣어서 다문화가정과 독거노인에게 전달하는 페스티벌이 된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다같이 모여서 일을 할 때의 영향력과 집단 효능감을 경험한다.

급식시간이 행복한 학생들

세경고의 급식은 외부에도 많이 알려져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준화 교장은 “학교생활 중 급식이 아이들에게 주는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한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인문계보다 취업 때문에 진로결정을 빨리해야 되는 압박감이 있습니다. 그런 학생들이 학교에 와서 즐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급식이 주는 영향을 알고 있기에 이 교장은 급식에 더욱 신경을 쓴다. 급식의 재료는 모두 국내산이다. 비싸지 않은 급식 가격에 좋은 식재료를 아이들의 식단에 올리기 위해 학교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 반조리된 공장 식자재를 쓰지 않고 학교에서 모두 직접 만든다.

유자를 사서 유자청을 만들고, 고기를 사서 직접 빵가루를 묻혀 돈가스를 만든다. 학교는 좋은 식재료를 쓰면서도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사랑의 연탄 나르기>

소통하는 학교

공동체 대 토론회  :  학교 규정을 직접 결정하기 위해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토론하는 공동체대 토론회가 있다. 교사들은 교사들끼리 실행되어야 하는 안건을 협의해서 마련하고, 아이들은 학급별로 먼저 회의를 한 후 반장들이 대의원회의에 모여 안건을 추린다.

이후 학부모 대표와 교사, 학생 대표가 모두 모여 최종 안건을 결정한다. 그리고 각 대표들이 토론을 거쳐 안건을 상정하고 1년에 두 번 전교생과 학부모, 교사가 대강당에 모두 모여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낸다.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대안을 찾아내고 공동으로 실천함으로써 아이들은 학교에 대한 만족과 소속감을 갖게 된다.

학생들의 편지  :  세경고의 교장실 앞에는 학생들을 위한 건의함이 놓여 있다. 학생들은 직접 편지나 쪽지를 건의함에 넣는다.

교장실 외에도 교무실 앞, 화장실, 학생 자치부 앞 등 학교의 곳곳에 건의함이 설치되어 있어 언제든지 학생들은 불만이나 건의 사항을 적어 낸다.

이 교장은 건의함을 통해 학생들에게 받은 편지를 자랑했다. 편지에는 “맛있는 급식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인사를 잘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학교의 다양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교장선생님의 훈화 내용이 저에게 와 닿았습니다” 등의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심지어 “선생님이 화낼 때 사용한 언어사용 때문에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편지들은 그냥 읽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교장과 교사가 학생들의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다양한 대책을 수립하는 데 큰 밑바탕이 되고 있다.

자신의 일을 즐길 줄 아는 학생

이준화 교장은 아이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일과 삶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세경고 학생은 모 TV방송사와 인터뷰하면서 학교에서의 봉사활동 소감을 묻는 질문에 “배울 수 있어서 좋았고,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내 전공을 통해서 사회에 봉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라고 답했다.

“그 인터뷰를 보고 울컥했습니다. 아이들이 항상 자신의 일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고마웠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의 활동과 배움을 통해 깨달았고, ‘그거면 됐다’고 생각했죠.”

이 교장은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갈 판단력과 행동력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한다”며 학교의 노력을 전했다.